내용요약 내년 R&D 예산 29.7조...올해보단 늘었지만 작년보단 줄어
작년 'R&D 카르텔' 지적에 예산 삭감…"이번이 최대치겠구나 생각"
전국대학원생노조, 피해사례 43건 접수...기존 연구인력 계약 해지 23.5%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년 예산안 및 2024~2028 국가재정운용계획에 관해 사전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일 예산실장. 오른쪽은 김언성 재정관리관. 2024.8.27 / 연합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R&D(연구개발)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이후 줄어들었던 R&D 예산이 내년 편성예산에서 다시 늘었다. 국책 과제와 지원 축소로 연구실이 문을 닫고 첨단 인재들이 대거 미국·유럽행을 택하자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다. 내년 전체 R&D 예산은 29조6783억원이다. 올해(26조5369억원)보다는 11.8% 늘었지만 지난해(31조1000억원)보다는 4.5% 축소됐다.

정부의 전체 R&D 예산은 여러 부처에 걸쳐 배분된다. 여기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국방부 등 다양한 부처의 R&D 프로젝트가 포함된다. 특히 과학 연구를 총괄하는 과기부가 예산의 상당수를 할당받는다.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R&D 카르텔'을 지적하며 R&D 예산 전면 검토를 지시했다. 과기부의 지난해 예산은 18조2000억원이었지만, 올해 17조9000억원으로 줄였다. 과기부 R&D예산 역시 변동폭을 같이했다. 지난해 9조1000억원이던 R&D 예산은 올해 8조3000억원으로 줄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과학기술정보원구원(KISTI),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 연구기관들이 삭감된 예산을 전달받았다.

정부 수탁과제 비율이 낮은 일부 출연연은 주요 사업비에서 10%만 감소해도 적자 운영을 감수해야 한다. 과학기술 관련 단체라면 예산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한다. 당시 최기영 전 과기부 장관은 "과기부가 1년 가까이 힘들게 마련한 예산안을 갑자기 삭감하라는 바람에 두 달 만에 수정했으니 졸속 예산안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전국공공연구노조와 국가과학기술 바로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 소속 연구자들이 평화 시위를 벌이던 중 ‘입틀막’을 당했다. 2023.11.02  / 공공연구노조 제공

내년도 과기부 예산은 18조9000억원으로 늘려 편성했다. 과기부 R&D 예산도 9조7000억원으로 오른다. R&D 예산 중 5조2000억원은 AI·반도체, 바이오, 양자등과 디지털 혁신에 투입된다. 기초연구 확대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조3400억원이 배정됐다.

과기정통부 측은 “지난해 R&D 예산 삭감으로 불거진 연구 현장의 우려에 적극 대응하면서 기초연구 토대를 강화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인재 양성과 관련해서도 이공계 대학원생이 생활비 걱정 없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연구생활장려금(600억원)을 신설했다. 

그러나 기존 연구과제 중단과 신규 과제 부족 문제에 맞춰 이미 많은 연구자가 국내를 떠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적인 예산이 깍이면서 연구 개발 자체가 축소되며 여러 기업 및 대학에서 연구 장비 구매 및 연구 용역 등이 상당히 축소됐다. 특히 박사후연구원(포닥)에 대한 대규모 정리해고가 잇따랐고, 대학원생 인건비 축소 목소리도 나왔다. 학생 인건비는 연구책임자가 정부 부처나 산업체로부터 수주한 연구과제의 연구비에서 참여 비율에 따라 떼어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소액 과제 갯수도 1800개 정도 사라졌다. 올해는 창의연구를 800개로 늘리고, 신규 연구자를 위한 씨앗연구 400개를 신규 과제로 뽑을 방침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와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는 1일  ‘2024년도 R&D 예산삭감 피해사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43건의 피해사례를 접수한 결과 연구인력의 측면에서 기존 연구인력 계약 해지(23.5%), 대학원생/학연생 입학 포기 및 신규 인력 채용 불가(14%), 대학원생/학연생 인건비 삭감(14%)의 결과가 나타났다.

정부는 올해 예산 편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 기준에 따랐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OECD 권고 기준에 따라 R&D 예산 항목에서 '대학일반지원성격사업' 등의 예산 약 1조8000억원을 제외했고, 이같은 변경 사안을 반영하면 지난해 실제 R&D 예산 29조3000억원 규모보다 내년 29조7000억원이 더 크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2028년까지 R&D 예산을 연평균 3.5% 증액시켜 2028년 R&D 예산을 30조5천억원 수준으로 책정하겠다고 밝혔다. 연도별로 재원배분 계획을 보면 2024년 26.5조원, 2025년 29.7조원(전년 비 11.8%↑), 2026년 30조원(1.1%↑), 2027년 30.3조원(0.8%↑), 2028년 30.5조원(0.7%↑)으로 마련됐다. 3년간 R&D 증액률이 1%도 안 되는 것이다.

한 교수는 "이런 계획을 보면 올해가 '최대치'구나, 과제 갯수가 늘진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되고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불안이 만연하다"고 말했다.

27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예산안은 다음 달 2일 국회에 제출된다. 국회 상임위 예비 심사, 예결위 본심사, 본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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