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처음 초안에서 포함됐던 단어 마지막 수정본에서 빠져
세계 지도자들 “한 세기에 한 번 있을 기회 놓칠 것” 우려
9월 말 개최될 유엔 미래정상회의에서 채택될 예정인 '미래를 위한 협약' 초안에서 각국의 의견 불일치로 기후변화 관련 조항들이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세계 지도자들이 우려를 표했다. 사진은 2023년 유엔 기후정상회의. / 사진=연합뉴스
9월 말 개최될 유엔 미래정상회의에서 채택될 예정인 '미래를 위한 협약' 초안에서 각국의 의견 불일치로 기후변화 관련 조항들이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세계 지도자들이 우려를 표했다. 사진은 2023년 유엔 기후정상회의. /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오는 9월 말 유엔 미래정상회의에서 채택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를 위한 협약’ 초안이 공개됐다. 그런데 기후변화 제안에 대한 각국의 의견이 불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브스는 28일(현지시간) 유엔의 미래정상회의 ‘미래를 위한 협약’ 초안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래를 위한 협약’은 오는 9월 뉴욕에서 열리는 미래정상회의에서 채택될 예정이다. 유엔 미래정상회의는 2030년 만료되는 SDG 이후의 의제와 경제·금융, 평화·안보에 있어 유엔의 역할을 재규정하는 중요한 회의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이 협약의 2차 개정 초안에는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세 가지 행동이 포함돼 있다. ‘기후변화 대응의 더딘 진전 속도’를 다루고 있는데, 공약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또 각국이 합의한 ‘화석연료 전환 가속화’, ‘정의로운 전환’ 등의 내용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최근 사전협상 과정에서 이 내용이 빠졌다.

초안에는 “다가오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야심찬 결과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여기에는 기후 재원에 대한 새로운 공동 수량화 목표 설정이 포함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다음 국가결정기여 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 모든 온실가스, 부문, 범주를 포괄하고 지구 표면 평균 온도를 섭씨 1.5도로 제한하는 것에 부합하는 경제 전반의 배출 감축 목표를 제시할 것”이라고 돼 있다.

다시 말해 이들은 진전에 대한 어떠한 보장도 없이 COP29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제 분쟁과 기후변화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에 대해 “기후변화와 환경 악화의 부정적 영향은 사회적 긴장, 불안정성, 경제적 불안을 악화할 수 있으며, 인도주의적 및 사회경제적 필요를 증가시키고, 일부 경우에는 분쟁의 발생·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유엔의 정부 간 기구들이 평화 유지 활동 임무의 일환으로 기후변화를 고려하도록 보장하겠다고 명시했다.

더불어 “기후변화와 환경에 대한 각각의 공약, 특히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재정적 공약을 시급히 이행하고, 매우 취약한 국가들과 무력 분쟁의 영향을 받는 국가들이 회복력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위 행동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공약이나 직접적인 행동을 요구하지 않았다.

협약은 수정을 거치면서 기후 정의와 관련한 부분이 많이 바뀌었다. 기후 정의는 기후변화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개인과 국가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국가와 기업들로부터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개념이다.

첫 번째 초안에서는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조치를 취할 때 ‘기후 정의’ 개념의 중요성”을 언급했지만 마지막 수정본에서는 “취약한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라는 문구가 삭제됐다.

포브스는 최종 초안은 기후변화에 대한 전 세계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가들이 기후변화 이니셔티브에 대한 공개적 지지를 선언할 의향은 있을지 모르겠으나,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약속을 하려는 의지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화석연료 전환’도 빠지자 노벨상 수상자 등 지도자들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제14대 달라이 라마, 아일랜드 전 대통령 메리 로빈슨,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77인은 “화석연료를 캐내고 태우는 일은 유엔의 17개 SDG를 모두 훼방 놓는 일”이라며 “유엔 미래정상회의가 화석연료 위협을 다루지 않는다면 이름값을 못 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유엔에 보냈다.

세계 지도자들은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 가운데 하나인 화석연료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심각하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번 서한에 참여한 1997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조디 윌리엄스는 “화석연료로부터 자유로운 미래가 아니고서는 지구의 미래가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전 세계 평균 기온 상승 폭은 1.5도 이내로 억제해야만 하고, 그러려면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을 43% 줄여야 한다.

탄소 배출량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은 화석연료이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해 COP28에서 2030년까지 화석연료를 탈피해 기후위기를 완화할 수 있도록 관련 국제기금을 6배 늘려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유엔 미래정상회의는 오는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 예정인 COP29에 앞서 기후 관련 마지막 주요 기회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지도자들은 공개서한에서 “극한 기후를 부추기고 산불, 치명적 폭염, 가뭄, 홍수 등 전 세계적으로 생명과 생계를 위협하면서 대학살이 벌어질 뿐 아니라, 국제협력의 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한 세기에 한 번 있을 법안 기회를 놓칠 것”이라며 “파리기후협약의 목표에 따라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빠르고 공정한 전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강력한 공약을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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