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ESG 시장에 극적 변화...방산 관심 높아져"
일각에선 여전히 방산 투자 반대..."무고한 희생자 낳는 기업"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ESG포트폴리오에도 변화가 발생했다. 투자에서 배제됐던 방위산업주가 등장한 것이다. 전쟁으로 인해 펀드 매니저들의 방산주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면서 ESG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저 일부의 시각 변화일뿐이라고 봤다.
2일(현지시간) CNBC는 펀드 매니저들이 유럽 방산 거대 기업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길어지면서 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윤리적 우려' 방산주...'러-우 전쟁'에 달라진 평가
방산주는 일반적으로 전쟁과 연관성이 큰 만큼, 윤리적 우려가 많은 투자다. 이로 인해 ESG 투자전략으로 불리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방식에 따라 방산주는 ESG 시장에서 일찌감치 제외됐다. 다만 이른바 죄악주로 불리는 방산, 무기제조 등은 ESG뿐만 아니라 전체 투자 대상에서 배제되곤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달 동안 ESG 펀드 매니저들은 방산 기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각국에서 지정학적 위험성 증가를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산업 이익이 늘어나고 방산 관련 지출도 늘어나는 추세다.
스웨덴 방위 및 보안 회사 사브(Saab)의 CEO인 미카엘 요한슨(Micael Johansson)은 "러시아가 2022년 2월에 내린 우크라이나의 침공 개시 결정이 ESG 논쟁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 비극적인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자사에) 4만5000명에서 5만명의 주주가 있었지만 지금은 17만5000명 이상의 주주가 있다"고 말했다.
미사일, 잠수함, 전투기를 생산하는 사브의 주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급등했다. 지난달 29일 주가는 지난 2022년 2월20일 대비 약 330% 상승했다.
방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단편적으로 전쟁이 장기화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방산업체가 큰 틀에서는 '자유 사회'를 보호하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 "방산업체, 무고한 희생자 죽음 초래...여전히 투자 꺼려져"
그럼에도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ESG 포트폴리오에 방산주를 포함하는 것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요한슨 CEO 역시 아직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일부 연금 기금의 경우 여전히 방산주에 투자하기를 꺼리고 있다"며 "방산을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인정하는 갑작스러운 '올인' 같은 접근 방식은 없다"고 말했다.
펀드 매니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렸다. 덴마크 투자은행 삭소 방크(Saxo Bank)의 상업ESG 책임자인 이다 커셔 요하네센(Ida Kassa Johannesen)은 "전통적인 ESG 투자자, 특히 소액 투자자들은 무기를 생산하는 회사와 연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산은) 궁극적으로 콩고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에서 무고한 희생자들의 죽음을 초래하는 회사"라며 "이런 유형의 회사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우려하는 고객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방산 관련 질문 자체를 받지 않기 위해 포트폴리오 포함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방산업체를 하나로 묶어 비판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봤다. 요하네센 책임자는 "방위산업체들을 모두 하나의 바구니에 넣을 수 없다"며 "다양한 기업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큰 악당도 있고 그렇게 나쁘지 않은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분석가들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가 방산주 투자는 물론 ESG를 바라보는 시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ESG는 미국에서 최근 몇 년간 정치적 이슈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공화당 의원들은 방산업체를 '자유주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요소로 평가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반발했다.
영국 방위산업체 BAE 시스템스의 최고 재무 책임자인 브래드 그레브는 "전쟁 이전에는 ESG를 위한 일을 하고 있더라도 관련 대화조차 나눌 수 없었다"며 "러-우 전쟁 이후 기업 태도의 실질적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이제 반성했다고 생각한다"며 "방산업체가 자유 사회를 보호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 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라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