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0년 내 초스피드 승진···약일까 독일까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1970년 이후 태어난 주요 오너가 임원 중 회장과 부회장 타이틀을 단 이만 올해 83명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64명에 비해 19명 늘었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는 '1970년 이후 출생한 오너가 임원 현황 분석'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공정위가 올해 지정한 88개 대기업집단을 포함한 국내 주요 200대 그룹과 60개 중견·중소기업의 오너가 임원이다. 정기보고서와 올해 8월 20일 이전 임원으로 승진한 현황을 기초로 조사됐다.

1970년 이후 출생한 오너가 임원 타이틀을 가진 이는 올해 모두 318명이다. 이중 공식적으로 명함에 '회장' 직위를 기재하고 있는 경영자는 30명이다. 회장 타이틀을 따로 쓰진 않지만 공정위 지정 대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에 해당하는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까지 포함하면 31명이다.

이들 젊은 오너가 임원 중 공정위 지정 대기업집단 동일인에 해당하는 총수만해도 7명이다. 나이 순으로 보면 ▲정의선(54세) 현대차그룹 회장 ▲조현범(52세)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정지선(52세)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장병규(51세) 크래프톤그룹 의장 ▲김남정(51세) 동원그룹 회장 ▲조원태(48세) 한진그룹 회장 ▲구광모(46세) LG그룹 회장이다. 이중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은 올해 3월 회장에 올랐고, 지난 5월엔 부친 김재철 명예회장에 이어 동원그룹 총수 지위까지 얻었다.

그룹 총수는 아니지만 88개 대기업집단에 속하면서 회장 타이틀을 쓰고 있는 이는 4명이다. 역시 나이 순으로 ▲김남호(49세) DB 회장 ▲최윤범(49세) 고려아연 회장 ▲송치형(45세) 두나무 회장 ▲서준혁(44세) 소노인터내셔널 회장이다. DB그룹은 김남호 회장의 부친인 김준기 창업 회장이 공식적인 그룹 총수다. 두나무그룹은 두나무㈜ 법인이 공식적으로 동일인이다.

소노인터내셔널그룹은 서준혁 회장의 모친인 박춘희 명예회장이 올해 총수로 지정됐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에 속하는 계열사인데, 현 영풍그룹 총수는 장형진 전 회장이다.

공정위가 지정한 대기업집단을 제외한 중견기업 중 1970년 이후 출생한 회장은 20명이다. 올해 53세인 1971년생엔 ▲윤호중 에이치와이(hy) 회장 ▲이인옥 시알홀딩스 회장 ▲이해영 대림비앤코 회장 ▲허준 삼아제약 회장 4명이 포함됐다.

1972년생인 ▲김장중 이스트소프트 회장 ▲박창호 SG 회장은 창업 1세대다. 김장중 회장은 시스템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하는 이스트소프트를 세웠고, 박창호 회장은 아스콘과 레미콘 사업 등을 영위하는 SG를 이끌고 있다. 

한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수훈 덕산그룹 회장 ▲이승찬 계룡건설산업 회장은 1976년생으로 동갑이다. 이수훈 회장은 1세대 벤처사업가인 이준호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지난해 12월 회장으로 취임했다.

1977년생은 승현창 핸즈코퍼레이션 회장이 유일하다. 승 회장은 올해 47세인데, 회장 타이틀을 단 시점은 지난 2012년으로 10년을 훌쩍 넘겼다.

올해 46세인 1978년생은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수완 덕산산업 회장 ▲지현욱 이지홀딩스 회장이 있다. 이수완 회장은 앞서 1976년생인 이수훈 덕산그룹 회장의 친동생이다. 두 살 터울 형인 이수훈 회장은 덕산네오룩스 등을 운영하고, 동생 이수완 회장은 덕산산업 등을 이끌고 있다. 이수완 회장은 올해 초 회장직에 올랐다.

1980년대 태어난 회장도 3명이다. 서준혁 소노인터내셔널 회장이 1980년생이고, 허승범 삼일제약 회장이 1981년생, 박주환 티케이지휴켐스 회장이 1983년생이다.

최근에는 1970년 이후 출생한 오너가 임원 중 회장보다 부회장 직위에 오르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기준 부회장 타이틀은 52명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39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1년 사이 30% 넘게 늘어난 셈이다.

부회장급 임원 중엔 올해 50세인 1974년생이 ▲곽동신 한미반도체 ▲김석환 한세예스24홀딩스 ▲임주현 한미약품 ▲서태원 디아이동일 ▲윤상현 한국콜마홀딩스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정교선 현대백화점 등 7명으로 가장 많았다.

여성 부회장도 7명이다. 나이 순으로 ▲정혜승(52세) 인지컨트롤스 ▲김주원(51세) DB ▲임주현 한미약품(50세) ▲임세령(47세) 대상홀딩스 ▲성래은(46세) 영원무역홀딩스 ▲조연주(44세) 한솔케미칼 ▲경주선(39세) 동문건설 부회장이다.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과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은 3세 경영자고, 나머지 5명은 2세 기업가에 속한다. 이들 중 누가 먼저 여성 회장직에 오를지도 관심이 쏠린다.

1980년 이후 출생한 부회장 타이틀 임원도 12명이다. 이들 중 1985년생으로 39세인 경주선 동문건설 부회장이 여성이고, ▲구본상(44세) 신성델타테크 ▲최성욱(44세) 동양고속 ▲양홍석(43세) 대신증권 ▲류기성(42세) 경동제약 ▲정기선(42세) HD현대 ▲홍정국(42세) BGF ▲김동관(41세) 한화솔루션 ▲이규호(40세) 코오롱 ▲최준호(40세) 패션그룹형지 ▲승지수(38세) 동화기업 ▲서준석(37세) 셀트리온 수석부회장 등이 있다.

대표이사와 의장을 포함한 사장급 CEO는 157명이다. 이들 중 80년대생은 44명이다.

88개 대기업집단 총수 자녀 중 대표적인 젊은 사장급은 ▲정유경(52세) 신세계 ▲이은백(51세) 삼천리 ▲박준경(46세) 금호석유화학 ▲박태영(46세) 하이트진로 ▲이주성(46세) 세아제강지주 ▲허윤홍(45세) GS건설 ▲홍정혁(41세) BGF ▲김동원(39세) 한화생명 ▲김대헌(36세) 호반건설 총괄사장 등이 꼽힌다. 이들 중 몇 명은 2~3년 내 부회장 승진이 가능하다.

특히 정유경 신세계 그룹 총괄사장을 비롯해 이부진(54세)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51세) 삼성물산 사장 중 향후 누가 먼저 범 삼성가 젊은 여성 임원 중 부회장 타이틀을 달게 될 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재용 회장과 정용진 회장이 나란히 회장직에 올랐기 때문에 1970년 이후 출생한 여성 임원 중 부회장 승진자는 언제 나와도 어색하지 않다.

이번에 조사된 젊은 오너가 임원 318명은 2세 경영자가 175명으로 55%를 차지한다. 3세 경영자는 109명(34.3%), 4세 기업가는 23명(7.2%)이다. 창업가는 11명(3.5%)으로 파악됐다.

직위별로 보면 사장급(대표이사·의장 포함)이 앞서 언급처럼 157명(49.4%)으로 가장 많다. 부회장급(52명), 회장(31명), 부사장급(19명), 전무급(15명), 상무급(12명) 순이다. 이사·고문·경영리더 등 기타 임원도 32명이다.

단일 출생년도로 보면 1974년생 오너가 임원이 29명으로 가장 많다. 1972년생과 1973년생도 26명씩으로 다수다. 올해 조사에선 또한 1980년 이후 태어나 MZ세대에 걸치는 임원도 101명으로, 처음 100명을 넘어섰다. 그만큼 젊은 임원들이 재계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얘기다.

성비는 여성이 57명(17.9%)이고 남성이 261명(82.1%)으로 아직 압도적 차이다.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일반적으로 전문경영인이 회장과 부회장, 사장 등 CEO급 반열에 오르려면 20~30년 동안 치열한 경쟁을 통해 올라야 하지만 최근의 젊은 오너들은 경영 수업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해 10년도 안 되는 기간에 사장과 부회장까지 오르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이처럼 초스피드 승진이 이뤄지는 배경에는 나이가 젊고 경험이 부족하다는 핸디캡을 높은 직위를 통해서라도 조직을 빠르게 장악하고, 사업을 스피드하게 이끌어감과 동시에 대외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인 다른 기업 오너와 인사의 격을 어느 정도 맞추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고 평가했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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