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감축 둔화…영업점 '경량·高가치·친고령화' 집중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은행권에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비대면 금융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은행권은 비용 효율화 차원에서 점포수를 줄이고 있는 가운데 금융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질적인 변화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중은행의 점포 현황을 보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빠른 속도로 점포를 통폐합이 진행된 이후 최근에는 감축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시중은행은 고객과 접점을 유지하며 금융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체 점포의 크기 및 인력을 최소화하고, 고객 니즈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젊은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디지털 환경에 미숙한 고령층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금융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강민국 의원실(경남 진주시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으로 국내은행 지점은 4849개로, 지난 2018년 말의 5743개와 비교해 무려 885개(15.4%)가 감소했다. 연도별로 △2018년 5734개 △2019년 5663개 △2020년 5509개 △2021년 5248개 △2022년 4991개 △2023년 4885개 △2024년 6월 말 4849개 등으로 매년 감소 추세다.
다만 감축 규모는 축소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2분기 말 점포수는 3919개로 지난해 동기(3925개)보다 6개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는 급격한 점포 패쇄에 따른 소비자 불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금융당국 주도 하에 점포폐쇄 공동절차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점포폐쇄 공동절차는 점포폐쇄 결정을 위한 사전영향평가절차를 강화하고, 폐쇄 시에는 대체점포를 우선적으로 마련하게 하도록 권고하는 조치다.
이에 은행권은 점포 통·폐합을 신중히 처리하는 동시에 고객 접점을 유지하면서 수익성을 제고하고 급격한 고령화와 자산관리 니즈 확대 등에 맞춰 대체점포를 마련하고 있다.
먼저 시중은행은 대체점포의 크기, 인력, 기능을 축소하고 출장소의 활용도 제고하기 위해 디지털점포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전국 방방곡곡에 펴져 있는 편의점 점포망을 활용한 특화점포다. KB국민은행은 노브랜드(No Brand)·이마트24, 신한은행은 GS리테일(GS25), 하나은행은 BGF리테일(CU) 그리고 우리은행은 이마트에브리데이 등과 협업해 편의점 내 작은 공간에서 스마트 키오스크 등을 활요해 약 50가지 은행 업무 처리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했다.
우리은행은 화상상담 기반 무인점포인 ‘디지털EXPRESS’를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EXPRESS’에서는 디지털데스크와 스마트 키오스크 등 최신 디지털기기를 활용해 △예금 가입 △대출상담 △해외 송금 등 56개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주요 은행은 점포 통폐합이 급속도로 진행된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고액자산가 전용 프라이빗뱅커(PB)점포를 개점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자산가 유형 및 거점에 따라 서비스를 세분화하고, 부유층 중에서도 초고액자산가, 영리치 등에 집중해 패밀리오피스, 상속 증여, 신탁, 비상장 투자상품 등의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자산관리 브랜드인 '클럽원(Club1)'을 운영하고 있으며, 초고액 자산가 및 가문의 종합자산관리를 위한 '하나 패밀리오피스&트러스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자산관리 특화 영업점인 '투체어스 W(Two Chairs W)'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2023년 11월 서울 대치동과 청담동을 시작으로 올해에는 부산까지 채널을 확대했다.
KB국민은행은 전문 PB와 기업금융 전문 인력을 통해 고객의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대출 상담도 한 번에 제공하는 개인·기업 복합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PB브랜드 ‘GOLD&WISE’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초고자산가 대상 자산관리 브랜드인 ‘신한PWM 패밀리오피스’를 통해 기존 개인 금융자문 서비스를 넘어 가문·법인의 생애주기별 1대1 초밀착 자산관리 및 다양한 비금융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령층의 지점 접근성 악화에 대한 사회적 우려의 목소리가 증가하면서 고령층을 위한 특화점포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이에 은행권은 이동점포, 찾아가는 서비스 등을 통해 접근성을 보완하고, 고령친화 영업점을 운영하거나, 디지털 교육 등을 통해 일상적인 금융거래에서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서울시 내에 고령인구가 많은 5개 행정구의 어르신 복지관과 협력해 ‘KB 시니어 라운지’를 오픈했으며, 우리은행은 점포 패쇄지역에 고령층 특화 영업점인 '시니어플러스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고령층 고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지역에 '시니어 디지털 특화점포'를 오픈해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에는 중∙장년층 고객의 업무 편의성 향상과 차별화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시니어 특화점포’를 신설했다.
아울러, 하나은행은 교육부 산하기관인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협업해 시중은행 최초로 디지털 금융 문해력 향상을 위해 ‘하나원큐 길라잡이 앱’과 ‘하나원큐 길라잡이 앱으로 배우는 디지털 금융문해교육’ 교과서를 개발 및 출시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은 디지털·비대면 중심의 금융거래 환경 변화에 맞춰 영업점을 조정하고, 사전영향평가 등을 통해 고객 이용편의를 우선 고려해 조정 대상점을 결정하고 있다”며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특화점포를 신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디지털화에 따라 은행 영업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들 것이나, 그동안 양적 축소에만 집중했던 것에서 벗어나 은행별 영업점 전략의 차별화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고 밝혔다.
이어서 "은행별 적합한 차별화된 영업점 운영 전략을 고민하는 동시에 영업점별 입지, 방문고객, 지점간 연계성 등을 고려한 점포 유형 다변화, 특화점포 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 "또한 향후 규제 변화를 통해 고객과 대면 접점에서 다양한 영업 기회가 창출될 수 있어 이에 대응해 차별화된 영업점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성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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