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온실가스 배출량의 10% 미만 차지하지만, 기후변화에 취약
향후 10년 동안 기후변화 적응에 연간 300~500억 달러 지출 추산
조기 경보 시스템과 기상 서비스 투자 권유
아프리카 국가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5%를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가뭄으로 땅이 말라버린 탄자니아의 한 마을. / 사진=연합뉴스
아프리카 국가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5%를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가뭄으로 땅이 말라버린 탄자니아의 한 마을. /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저히 낮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오히려 기후변화로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5%를 잃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온실가스 다(多) 배출국가보다 더 큰 부담을 지고 있다보니 적절한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세계기상기구는 2일(현지시간) ‘2023 아프리카의 기후 현황’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GDP의 2~5%를 잃고 있으며, 많은 국가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최대 9%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고 밝혔다. 

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향후 10년 동안 기후 적응에 연간 300~500억달러(약 40~67조원), GDP의 약 2~3%를 지출할 것으로 추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 미만을 차지하지만, 가뭄·홍수·폭염 등 극단적인 기상 이변에 가장 취약한 지역이다.

2023년은 아프리카 역사상 세 번째로 더운 해였고 평균 기온은 평년(1991~2020년)보다 섭씨 0.61도 높았다. 이는 1961~1990년 장기 기준선보다 섭씨 1.23도 높다. 아울러 1991~2023년까지 10년마다 약 0.3도씩 전 세계 평균보다 더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다.

셀레스테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지난 60년 동안 아프리카는 전 세계 평균보다 더 빠른 온난화 추세를 보였다”며 “지난해 아프리카 대륙은 치명적인 폭염, 집중 호우, 열대 사이클론 그리고 장기간의 가뭄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극단적인 기상 패턴은 2024년에도 계속되고 있고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북아프리카에서는 1991~2023년 사이 10년마다 평균 기온이 0.4도씩 올라갔는데, 이는 1961~1990년 사이 10년마다 0.2도씩 상승하던 것에 비하면 두 배나 오른 것이다.

지난해에는 북서부 아프리카, 특히 모로코, 모리타니아 해안 지역 및 북서부 알제리에서 가장 높은 이상 기온이 기록됐다. 말리, 모로코, 탄자니아 연합공화국, 우간다를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기록상 가장 더운 해로 보고됐다.

7~8월 폭염은 북아프리카에 영향을 미쳤다.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는 섭씨 49도를 기록했고, 모로코 아가디르는 최고 섭씨 50.4도로 최고 온도 기록을 경신했다.

강수량은 지역에 따라 달랐다. 북아프리카 서부 및 북서부, 아프리카의 뿔 지역, 잠비아, 짐바브웨, 보츠와나를 포함한 남부 아프리카 일부 지역과 나미비아 대부분은 강수량이 부족했다. 또 마다가스카르, 중부 수단, 북부 에티오피아, 우간다도 평년 이하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반대로 서아프리카는 이른 몬순 우기 시즌이 시작됐고, 앙골라와 기니만 북부 해안 지역은 강수량이 평년보다 현저히 많았다.

해수면 상승도 문제다. 아프리카 주변의 해수면 상승 속도는 연간 3.4mm로 전 세계 평균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았다. 홍해 해수면 상승 속도가 가장 빨랐는데, 연간 4.1mm에 달한 것으로 관측됐다.

아프리카는 또한 극한 기후 현상을 자주 겪었다. 케냐,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일부 지역은 4~6월 유기 기간 광범위하고 심각한 홍수를 겪어 350명 이상이 사망하고 240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열대 사이클론 프레디는 모잠비크와 말라위에 홍수를 불러일으켰고, 모잠비크에서는 사이클론이 지나가는 시기 최대 672mm의 폭우가 쏟아졌다. 말라위가 사이클론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최소 679명의 사망자가 보고됐고, 모잠비크에서는 165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했다.

심각한 가뭄도 잇따랐다.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나이지리아, 카메룬, 에티오피아, 마다가스카르, 앙골라 등이 심각한 가뭄을 겪었다. 잠비아는 지난 40년 중 최악의 가뭄에 직면하면서 10개 주(州) 중 8개 주와 약 600만 명에 영향을 끼쳤다.

WMO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조기 경보 시스템과 기상 서비스에 투자할 것을 촉구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적절한 조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2030년까지 최대 1억1800만 명의 극빈층이 아프리카에서 가뭄, 홍수, 폭염에 노출되며, 이는 빈곤 퇴치 노력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고, 각국의 성장을 크게 방해할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극단적인 사건에 대한 조기 경보와 권고를 발령하는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데이터 수집을 개선하고, 예보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기상수문서비스(NMHSs)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기상, 기후, 수문 예보의 정확성과 선행 시간을 향상하기 위해 최첨단 기술과 시스템에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2023년 9월 발표된 ‘모두를 위한 조기 경보’ 실행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계획은 자연재해와 임박한 재난에 대한 시기적절하고 정확한 정보가 아프리카 사회 모든 계측, 특히 취약계층에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아프리카는 기후변화, 지속 가능성, 일자리 창출을 위한 예측 가능한 기후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 투자, 기후-채무 스와프를 포함한 자금 조달 메커니즘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외에도 대륙의 공정한 에너지 전환 권리를 활용하고, 아프리카의 기후 회복력 구축을 목표로 하는 이니셔티브를 수용하며, 기후변화 적응을 최우선 순위로 유지하라고 권고했다. 또 글로벌 재고 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후변화 회복력과 적응 능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파트너십과 협력을 강화하라고 제언했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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