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기승용차와 달리 전기상용차 배터리 제조사 정보 일부만 공개
현대차·기아 전기상용차는 공개…나머지는 공개기준 제각각
등록 전기버스 급증세…“화재시 위험성 더 큰 전기버스부터라도 공개해야” 지적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든 승용차용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정보가 공개된 것과는 달리 전기버스, 전기화물차 등 전기상용차의 배터리 제조사 정보는 일부에서만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비야디 전기버스로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 비야디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든 승용차용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정보가 공개된 것과는 달리 전기버스, 전기화물차 등 전기상용차의 배터리 제조사 정보는 일부에서만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비야디 전기버스로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 비야디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든 승용차용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정보가 공개된 것과는 달리 전기버스, 전기화물차 등 전기상용차의 배터리 제조사 정보는 일부에서만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승용차용 전기차처럼 소비자 알권리를 위해 모든 전기상용차의 배터리 제조사 정보도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 번에 많은 인원을 태우는 전기버스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위험성이 더 커 안전성 차원에서라도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과는 달리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소비자에게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배터리 여권’ 제도 도입을 예고한 상태고, 미국에서도 공개 의무화가 추진되는 등 배터리 정보 공개 흐름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4일 국토교통부 자동차리콜센터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8월 16일 기준 전기차 배터리를 공개한 국내외 전기차 제조사는 현대차, 기아, KG모빌리티, BMW, 벤츠, 아우디 등 총 21곳이다. 공개된 배터리 제조사 중 국내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중국 기업은 CATL, BYD, 파라시스, 일본 기업은 파나소닉이다. 캐딜락 전기차 리릭의 배터리 제조사는 얼티엄셀즈(Ultium Cells)로 GM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사다.

반면 전기상용차의 배터리 정보는 현대차, 기아만 자동차리콜센터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현황’에 포함돼 있고, 나머지 전기상용차 배터리 제조사 공개는 제조사, 수입사 별로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국내에서 판매한 전기버스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 곳은 GS글로벌과 우신산전, 범한자동차 정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우신산전은 아폴로 고상버스만 삼성 배터리를 탑재했다고 소개할 뿐, 나머지 아폴로1100과 아폴로900에 대한 배터리 제조사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전국 17개 시·도에 판매된 전장 11m급 대형 전기버스는 2054대로 현대자동차가 776대, 하이거 394대, 비야디 330대, 우진산전 146대, CHTC 131대, KGM커머셜 103대, 킹룽 85대, 중국중차와 스카이웰 각각 25대, 백로 17대, 황해자동차 9대, 범한자동차 3대가 판매됐다.

국내 전기버스는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등록된 전기버스는 2017년 98대를 시작으로 2021년 첫 1000대를 넘긴 1271대, 2022년 2075대, 2023년 2815대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기버스의 배터리 제조사 정보가 공개돼야 할 이유로는 고객의 알권리와 함께 안전성이 꼽힌다. 전기버스는 승용차용 전기차보다 배터리 용량이 더 커 화재가 발생할 경우 더 큰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마을버스, 시내버스, 광역버스 등의 전기버스에는 최소 30명 이상, 2층 전기버스의 경우 최대 70명 이상이 한 번에 탑승한다. 보통 전기버스의 배터리 용량은 200kWh(킬로와트시)~350kWh로 승용차용 전기차인 테슬라 모델3(스탠다드 레인지)의 용량 60kWh보다 최소 3배 이상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버스는 승용차용 전기차 배터리 용량보다 훨씬 커 화재가 났을 경우 위험과 파급력도 더 클 수밖에 없다”며 “전기버스도 승용차용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정보 공개 기준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야 시민들이 보다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수입사, 제조사 별로 배터리 제조사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것은 물론 전기버스 바깥면에 배터리 제조사와 용량도 표시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며 “이렇게 하면 전기버스에서 화재가 났을 때 시민들이 119에 신고하며 배터리 제조사와 용량을 신속히 알려줄 수 있어 소방서에서도 더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 현직 소방관은 전기버스 화재대응에 대한 통일된 매뉴얼 마련도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전기버스 내부에 화재대응 매뉴얼이 게시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화재 났을 경우 기사님들이 배터리 화재 전조증상, 대처법 등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받아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승객들에게 신속히 안내해 줘야한다”고 제언했다.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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