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동주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모녀(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와 '형제(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독자 경영을 선언한 계열사(한미약품)와 이를 막아선 지주사(한미사이언스)의 대립은 국내를 넘어 중국까지 번진 상황이다.

북경한미 동사장 선임 진실 공방…경찰 고발까지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는 지난 4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를 서울 송파경찰서에 고발했다.

지난 2일 진행된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박 대표가 본인을 자회사 북경한미약품의 동사장(이사회 의장)이라고 허위 보고했고, 이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것이 임종윤 이사 측의 주장이다. 

당시 이사회에는 임종윤 이사의 한미약품 대표이사 선임안과 그가 제안한 임해룡 북경한미 총경리의 북경한미약품 동사장 선임 안건이 상정됐으나 모두 부결된 바 있다.

앞서 박 대표는 지난 7월부터 임종윤 이사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홍콩 코리그룹과 북경한미약품 간 부당 내부거래 의혹과 관련해 내부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임종윤 이사 측은 박 대표가 내부감사가 시작하기도 전에 착수 사실을 외부에 공개한 것은 회사에 경제적 손실을 주고 신인도를 해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다만 이 같은 임종윤 이사의 주장과 달리 박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임 사장의 지명을 받아 임명된 것”이라며 “북경한미는 지난 30년간 주주회사(한미약품)에서 임명서를 보내면 임명이 되는 식의 관행이 지속됐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 역시 “적법한 절차에 의해 박 대표를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으로 선임했다”면서 “이 과정을 설명한 회사 공식 메일을 수신한 임종윤 이사도 모두 알고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약품은 여러 외풍에도 흔들림 없이 전문경영인 체제하에서 정도경영을 이어 나가겠다”고 했다.

中 파트너사 판매 면허 없다?…“주주가치 훼손 행위 중단”

한미약품은 지난 3일 중국 최대 제약기업 중 하나인 상해의약(Shanghai Pharma)그룹의 자회사 상해약건강과학(Shanghai Pharma Health Science)을 통해 자체 개발한 일반의약품 7종을 중국 현지에서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특정 언론사는 상해약건강과학이 실제로는 의약품 판매 허가증이 없는 회사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이 매체는 이번 수출 계약과 관련해 부당 내부거래 의혹이 불거진 북경한미약품 대신 한미약품이 독자적으로 중국 시장 수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의혹에 대해 한미약품은 “최근 급변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수출 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주장”이라며 “주주들과 시장에 혼선을 일으켜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중국 수출 계약은 상해의약그룹 자회사인 '상약건강과학'과 '상해의약 홍콩법인', '한미약품' 간 3자 계약이며 비즈니스 실행 주체인 상해의약 홍콩법인은 의약품 온라인 유통에 대한 사업권을 확보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중국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대내외 수출입 산업 활성화를 위해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를 허용하고 있다”며 “이 방식을 통해 국내 여러 제약회사들은 물론 글로벌 제약기업들도 자사 일반의약품을 중국 시장에 유통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는 전세계 기업이 국경을 넘어 온라인과 모바일을 활용해 외국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펜데믹 시기 의약품 온라인 판매 규제를 완화하며 ‘해외 일반의약품 이커머스 크로스보더’를 시행했다.

한미약품은 “이번 수출 계약은 한미그룹 내 감사가 진행 중인 특정 대주주 개인회사(코리그룹) 문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불확실한 정보로 한미약품의 사업 성과를 폄훼하는 일은 누구라도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미약품그룹 최대주주 3인(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은 지난 4일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소집을 위한 법원 허가를 신청했다. 

이들은 기존 10명 이내로 정하고 있는 이사회 구성원 수를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의 건과, 이에 따른 이사 2인 추가 선임에 대한 의안을 명시했다. 추가 선임을 요청하는 이사 2인은 신동국 회장(기타비상무이사), 임주현 부회장(사내이사)이다.

김동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