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22.5조원 전망, HD현대重 2배 규모...고부가가치선·함정분야서 경쟁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중국 조선업계 1위와 2위 조선사가 합병 수순에 들어가며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사가 탄생할 예정이다. 이번 합병으로 중국이 고부가가치선 시장 진출과 함정분야 기술 발전을 노리는 만큼 국내 조선사와의 경쟁구도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 매체 펑파이 등에 따르면 중국국영조선사(CSSC Holdings)는 지난 2일 밤 산하 계열사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중국선박중공업그룹(CSIC)을 합병하기로 하고 다음날부터 10거래일간 주식거래가 정지된다고 발표했다. 이번 합병은 CSSC가 주식 교환을 통해 CSIC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양사가 상하이거래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CSSC는 이번 합병을 통해 국가 주요 전략과 주력 사업인 군력 강화에 집중함과 동시에 선박건조사업의 질적 발전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또한 양사가 상선·함정분야에서 중복된 사업이 많아 동종업계 내 경쟁을 지속해온 만큼 이번 합병으로 동종업계간 경쟁도 해소될 전망이다. 그간 조선업 활황기임에도 양사는 자국 내에서 정부의 보조금 지원과 수주실적에서 경쟁업체였다.
양사간 합병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며 중국 조선업계 내에서는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다. 저우리사 칭화대 중국현대국유기업연구원 연구주임은 “구조조정이 완료되면 CSSC는 자산·영업이익·수주량 등에서 ‘세계 1위’ 조선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전세계 선박 수주량 1위 국가로, 올해 상반기에만 총 5422만DWT(재화중량톤수)를 수주했다. 이는 전년 대비 44% 이상 증가한 실적으로, 전세계 74.7%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현지 외신은 “글로벌 조선업계에 새로운 경기 사이클이 열리고 있다”며 “중국 조선소는 이전 사이클부터 참여를 확대했으며, 이번 사이클에서의 수주 능력은 훨씬 강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CSSC는 전년 대비 17.99% 증가한 360억1700만위안(6조76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순이익 또한 155.31% 급증한 14억1200만위안(2652억원)을 달성했다. 현재 CSSC의 시가총액은 1561억위안(29조3155억원)에 달한다.
CSIC는 올해 상반기 221억200만위안(4조150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1.05% 증가했다. 순이익 또한 5억3200만위안(999억960만원)으로 177.13% 급증했다. 현재 CSIC의 시가총액은 1136억위안(21조3340억원) 수준이다.
중국은 이번 합병법인의 연매출을 1200억위안(22조536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국내 최대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의 지난해 매출액이 11조9639억원임을 감안하면 약 2배 이상의 규모인 셈이다. 합병법인은 항공모함 등 군함부터 컨테이너선 등 상선, 초대형 원유 운반선, 여객선 등 다양한 선박을 건조할 계획이다.
CSSC는 “이번 합병을 계기로 생산능력이 확장돼 기술 요구사항이 높은 고부가가치선을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사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실현할 것이다. 함대 사업에서도 더욱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번 합병은 전세계 불공정 경쟁에 대해 중국 조선업체들의 불만이 커진 점도 하나의 계기로 꼽힌다.
지난달 30일 캐나다 해양산업조선협회(CMISA)는 캐나다 정부에 자국 역량과 안보를 위해 중국산 선박에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을 촉구했다.
CMISA는 “중국의 조선산업은 국가의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상선 수출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민·군 융합 원칙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며 “세계 시장을 위한 페리와 화물선을 생산하는 조선소는 중국 군함을 건조하는 데에도 사용돼 빠르고 공격적인 해군 확장을 촉진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중국의 해군 확장과 이웃 국가와의 얽힘, 북극해까지 이르는 광범위한 침략을 암시한다”며 “캐나다로 수입되는 모든 중국산 선박에 100% 부가세를 부과할 것을 권장하며 정부기관이나 국영기업이 중국산 선박을 인수하거나 임대하는 것을 명확하게 금지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한 지난 4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조선·해운산업에서 이뤄지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한 조사를 착수한 바 있다.
미국 현지 노조는 중국 정부가 세계 조선, 해양, 물류산업을 장악하려고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전세계에 항만과 물류 시설망을 구축한 뒤 자국 선박과 해운사를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미국 정부는 중국산 선박에 항만세를 부과하고 이를 미국 조선업 활성화를 위한 기금으로 조성할 수 있다.
김우정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