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렉라자 FDA 승인…국산 항암제 최초 역사 한 획
한미家 모녀‧형제 경영권 갈등
비만치료제 국내 상륙 초읽기
코로나19 재유행‧셀트리온 합병 등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유한양행 제공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유한양행 제공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도 어느덧 작별을 고하는 시기가 됐다. 올 3분기 제약업계는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을 획득하는 쾌거를 기록했다. 반면 제약사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은 지켜보는 이들의 피로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한양행 ‘렉라자’ 美 FDA 승인

지난 8월20일 유한양행의 31호 국산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FDA 허가를 획득하면서 우리나라 제약 산업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와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존슨앤드존슨(J&J)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엑손 19 결실 또는 엑손 21 L858R 치환 변이가 확인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것.

이번 FDA 승인은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빅파마 기술수출을 통해 상용화까지 이뤄진 첫 사례다. 제31호 국산 신약 렉라자는 지난 2018년 존슨앤드존슨에 1조 6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된 바 있다.

이번 FDA 승인으로 존슨앤드존슨으로부터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6000만달러(약 800억원)을 수령하게 된 유한양행은 렉라자 기술수출 이후 확보한 기술료가 총 2억 1000만달러(약 2800억원)로 집계된다. 또 향후 판매에 따라 매출액 10% 이상 별도 로열티도 받을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렉라자가 FDA에 이어 유럽과 중국에서도 승인받을 경우, 유한양행이 올 한 해에만 마일스톤으로 1800억원을 수령할 것으로 전망한다.

렉라자의 미국 출시 시점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으나 유한양행 관계자는 “통상 허가 이후 3개월 이내에 처방이 이뤄지는 만큼 올해 안에 미국에서 출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모녀 VS 형제’ 한미家 경영권 분쟁 재점화

연초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던 한미약품그룹은 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시작은 지난 7월 한미약품그룹의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등 형제 편에 섰던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과 손을 잡으면서다. 신 회장은 지난 3월 있었던 주주총회에서 형제 측의 손을 들어주며 OCI 그룹과의 통합 무산을 이끈 바 있다.

결성된 3인 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은 곧바로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했다.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회 구성원 수를 늘려 전문경영인 체제를 실현하기 위한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3인 연합의 임시주총 소집 요청으로 재점화된 경영권 분쟁은 계열사(한미약품)와 지주사(한미사이언스) 간 갈등으로 확대됐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지난 8월말 그 동안 지주사에 위임했던 인사조직을 별도로 신설하는 등 ‘독립 경영’을 선언하자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박 대표를 사장에서 전무이사로 직위 강등시키고 제조본부를 제외한 모든 관할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강수를 뒀다. 

결국 이사회까지 이어진 갈등 끝에 한미약품은 박 대표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게 됐지만 임종윤 이사가 스스로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에 자신을 임명했다는 이유로 박 대표를 경찰에 고발하는 등 이들의 다툼은 중국까지 번지게 됐다.

모녀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오는 11월28일 개최되는 임시주총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모녀 48.19%(신동국 회장 18.93%·송영숙 회장 6.19%·임주현 부회장 9.7%·가현문화재단 5.02%·임성기재단 3.07% 등) ▲형제 32.13%(임종윤 이사 12.46%·임종훈 대표 9.15% 등)로 모녀 측이 다소 우세한 상황이다.

하지만 실제 주총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특히 한미사이언스 지분 5.53%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23.25%를 보유한 소액주주의 선택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경영권 분쟁 당시에는 국민연금이 모녀 측을, 소액주주들은 형제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비만 치료제 위고비. /노보 노디스크 제공
비만 치료제 위고비. /노보 노디스크 제공

위고비‧마운자로 등 국내 상륙하는 비만 치료제

지난 2022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SNS를 통해 “약 13kg을 감량했다”고 소개하면서 크게 유명세를 탄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가 마침내 오는 10월 중순을 목표로 한국 출시를 본격화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용량별 5종이 국내 품목허가를 획득한 이후 약 1년 6개월 여 만이다.

일라이 릴리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도 지난 7월말 만성 체중 관리를 위한 보조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획득했다.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지난해 6월 국내 허가를 받은 것에 이어 비만 치료 보조제로도 허가를 획득한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출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은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양분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올해 상반기 기준 오젬픽·위고비 매출이 약 16조원, 일라이릴리 역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젭바운드로 약 9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외산 비만 치료제의 국내 상륙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비만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하고 있다. 가장 두각을 보이고 있는 한미약품은 ‘한국인 맞춤형 비만 치료제’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비공개 파이프라인인 신개념 비만치료제와 차세대 혁신형 비만 치료제 ‘HM15275’ 등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일동제약은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경구용 형태에 제2형 당뇨병, 비만 등을 겨냥한 GLP-1 계열 후보물질 ‘ID110521156’을 개발 중이며 디앤디파마텍,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등도 비만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연합뉴스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연합뉴스

코로나 재유행 원천 봉쇄…치료제·백신 도입 ‘활발’

끝난 줄만 알았던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는 올 여름 재유행 조짐을 보였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표본감시 입원환자 수는 올해 5주(1월28일~2월3일) 875명 이후 감소하다가 지난 6월말부터 증가세로 돌아섰고 ▲7월3주 226명 ▲7월4주 474명(109.7%) ▲8월1주 880명(85.7%) ▲8월2주 1366명(55.2%) ▲8월 3주 1444명(5.7%) 등으로 한 달 사이 약 7배 가량 늘어났다.

제2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막기 위한 대응은 발 빨랐다. 당장 정부는 지난달 30일 한국화이자제약의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제이엔원주(성분명 브레토바메란)’과 지난 12일 모더나코리아의 ‘스파이크박스제이엔주’를 잇달아 허가했으며 이를 활용해 오는 10월 11일부터 고위험군(65세 이상 어르신, 생후 6개월 이상 면역저하자 및 감염취약시설 입원‧입소자) 등을 대상으로 2024~2025절기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실시한다. 

코로나19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에도 속도가 붙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달 29일 제9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의 ‘베클루리주(성분명 렘데시비르)’, 한국화이자제약의 ‘팍스로비드정(성분명 니르마트렐비르·리토나비르) 등에 대해 급여 적정성을 인정했다. 이들 치료제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 및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와 약가목록 고시 등의 절차를 거쳐 건보 급여 등재 여부가 확정된다.

새로운 백신과 치료제 개발 역시 활기를 되찾았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경증·중등증 환자용 치료제로 ‘제프티(성분명 니클로사마이드)’의 긴급사용승인 추진과 별도로 고위험군 환자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임상 3상 시험계획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고 셀리드는 최근 필리핀에서 오미크론 대응 코로나19 백신 ‘AdCLD-CoV19-1 OMI’의 임상 3상 시험의 대상자 모집과 투여를 재개했다. 일동제약의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성분명 엔시트렐비르푸마르산)’ 역시 품목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셀트리온 사옥 전경./ 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 사옥 전경./ 셀트리온 제공

엇갈린 주주 의견…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합병 불발

셀트리온(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3사를 모두 합친 ‘통합 셀트리온’의 탄생은 결국 무산됐다. 지난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간 1단계 합병을 이루고 올해 2단계로 셀트리온제약 합병을 추진했지만 결국 불발된 것.

엇갈린 주주들의 선택이 큰 영향을 끼쳤다. 주주 설문조사에서 셀트리온 주주들은 합병 여부에 대해 반대 비율은 최종 70.4%로 추산됐으며 기권 의견까지 합하면 96%의 주주들이 합병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대의견 58%가 양사 합병비율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고 21%는 자회사로 합병 시 실익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셀트리온제약 주주 설문에서는 합병 여부에 대한 찬성이 67.7%, 반대 9.8%, 기권 22.6%로 집계됐다. 찬성 의견을 제시한 주주들은 합병 시 종합생명공학연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의견과 신약개발에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찬성 사유로 꼽았다.

결국 셀트리온 이사회는 주주 의견 청취 결과 및 특별위원회의 검토 의견을 바탕으로 합병을 통한 시너지가 존재하더라도 다수 주주들의 반대 의견과 다양한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는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양사 주주의 이익이 수반되는 통합은 주주가 원하면 언제든 합병을 검토하겠다는 가능성은 열어뒀다.

합병 무산 이후 셀트리온제약은 생산 및 영업 능력을 확대하고 신약 기술 개발을 본격화 하는 등 오는 2030년까지 국내 상위 5위 종합 제약사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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