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천궁-Ⅱ 사우디·이라크 수출 이어 비궁 미국 진출 기대
수주잔고 20조원에 3조 클럽 눈앞…방산업 한계·협소한 시장 극복해야
신익현 LIG넥스원 대표이사/ LIG넥스원
신익현 LIG넥스원 대표이사/ LIG넥스원

[한스경제=최창민 기자] 신익현 대표이사가 LIG넥스원 수장 자리를 꿰찬 지 3개 분기가 지난 가운데 나름의 성장세를 써가고 있다. 지난 2022년 2조원대 매출을 올려 '2조 클럽'에 발을 디딘 이 회사는 올해 '3조 클럽' 가입까지 넘보고 있다. 잇따른 '천궁-Ⅱ' 수출이 그 배경이 됐다. 신사업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다만 산업 특성에 따른 한계와 좁은 수출 시장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산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신익현 대표가 공식 취임한 LIG넥스원은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올해 1분기와 2분기 매출액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성장했고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2.2% 증가했다. 3분기 전망도 밝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IG넥스원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7325억원, 영업이익 61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36.7%, 영업이익은 50.4% 오른 규모다. 3분기 연속 성장세가 점쳐진다.

이 같은 전망에는 미사일 수출 계약 훈풍이 자리한다. LIG넥스원은 미사일 강자답게 올해 PGM(정밀타격) 사업에서 잇따른 낭보를 전했다. 1분기 사우디아라비아와 지대공 유도무기(M-SAM) '천궁-Ⅱ' 계약을 시작으로 3분기에는 이라크로부터 수출 계약을 따냈다. 지난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를 시작으로 세 번째 수출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7월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이 해외비교시험(FCT)을 최종 통과하면서 글로벌 최대 방산 시장 진출 기대감까지 커졌다.  

수주 곳간도 쌓았다. 세 번의 계약금액이 각각 4조원에 육박하거나 웃돈 덕이다. 지난 2분기 기준 LIG넥스원은 19조53억원의 수주잔고를 보유했다. 이라크 수주 계약까지 반영하면 역대 최대인 20조원대의 수주잔고를 확보할 전망이다.

LIG넥스원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수주한 정찰용 무인수상정/ LIG넥스원
LIG넥스원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수주한 정찰용 무인수상정/ LIG넥스원

C4I(지휘통제·통신) 사업도 웃었다. C4I는 통신단말기, 무전기, 전투체계 등을 개발·생산하는 사업이다. 상반기 LIG넥스원의 C4I 매출액은 4693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2514억원) 대비 86.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비중은 23%에서 34.3%까지 확대됐다. 인도네시아 경찰청과 맺은 다대역·보안용 통신망 구축 사업, 방위사업청과 체결한 차세대군용무전기(TMMR) 2차 양산 계약, 폴란드향 K2 전차 부품 공급 등이 매출을 견인했다.

다만 이 같은 성장 기조가 지속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방산업 특성 탓이다. 이라크-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는 방산업계로선 수익원이 될 수 있지만 이 같은 기회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공통 분모라는 점이 문제다. 100% 방산 기업인 LIG넥스원은 이를 비껴가기 어렵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이와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글로벌 무기 구매 수요가 급증했으나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될 경우 성장 둔화와 수익성 감소가 우려된다"라고 분석했다.

협소한 수출 시장도 문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반기 기준 LIG넥스원의 주요 거래처는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등으로 내수 매출 비중이 44.1%에 달한다. 수출은 인도네시아 경찰청으로 20.2%다. 그나마도 마진이 낮은 무전기 사업이다. 잇따른 계약으로 호조를 보인 천궁 수출은 계약 세부 내용에 따라 매출 반영 시기와 비중이 갈릴 가능성이 있다. 당장 이번 이라크 계약 관련 생산·납품 업체인 한화와 갈등을 빚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천궁-Ⅱ는 미사일과 통합 체계는 LIG넥스원, 레이더는 한화시스템, 발사대와 차량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각자 생산하는 형태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방위사업청을 통해 세부 의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다행인 것은 신사업 확장에 물꼬가 텄다는 점이다. 신익현 대표는 취임 당시 "우주와 유무인 복합체계 등 미래 성장 동력의 연구개발에도 힘쓸 것"이라고 공언했다. 먼저 민수 시장은 지난 7월 미국 로봇업체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60%를 최종 인수하면서 발걸음을 뗐다. 업계에서는 미국 방산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무인체계 개발·수출에도 속도를 낸다. 이달 방위사업청이 공고한 ‘정찰용 무인수상정 체계개발사업’에서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다. LIG넥스원은 이번 수주를 기반으로 수출 품목 다변화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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