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현황 점검과 경영진회의 통해 향후 집중 사업 모색
[한스경제=김태형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과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도 3분기 주요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하향조정 되면서 주요 그룹들이 4분기 실적 반등을 위해 사업현황 점검과 경영진회의를 진행하는 등 분주하다.
주요 그룹들은 4분기 시작을 앞두고 계열사 경영진과 경영회의를 진행하는가 하면 국내외 사업장을 찾아 사업 현황을 살펴보고 향후 집중할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265곳 3분기 실적에 대한 증권사 전망치를 보면 절반 가까운(47.2%) 125개 기업의 3분기 전망치가 한 달 전 대비 하향 조정됐다. 상향 조정된 곳은 74곳(27.9%), ‘변동 없음’은 66곳(24.9%)이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컨센서스가 11조2313억원으로 한 달 전 13조6606억원에서 17.8% 하락했다. 일부 증권사에선 3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2분기의 10조4439억원보다 떨어져 10조원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문제는 4분기 들어서도 이러한 흐름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9월 2~13일 전국 제조기업 2252곳을 대상으로 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직전 분기 대비 4포인트 하락한 85로 집계됐다. BSI가 100 이하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부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4분기 핵심사업 강화를 위해 9월 초 인공지능(AI) 가전 주도권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생활가전사업부를 직접 찾아 로드맵을 점검했다. 생활가전사업부는 최근 세계 가전 시장내 국내외 업체들과의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그룹의 핵심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은 이 회장은 시장 분야별 경쟁 현황과 지역별 주요 업체 현황 등에 대해 파악했다. 아울러 제품 표준화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과 향후 적용 계획 등을 상세히 보고받으며 AI 가전 관련 전략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AI시대를 맞아 ‘AI홈’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이달 초 독일에서 진행된 IFA 2024에서 AI 홈 허브 '씽큐 온'을 공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선 바 있다. 최근에는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를 페루·아르헨티나 등에 출시하며 중남미 시장 영향력 확대에 나서기 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9월 중순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 당시 경제 사절단으로 유럽생산거점인 현대차 체코공장(HMMC)을 찾아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 이후 지난 28일엔 경기 용인 서킷에서 열린 원메이크 레이스 '현대 N 페스티벌'에 깜짝 방문해 선수들을 독려하며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의 기술력과 내구성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알렸다.
정 회장은 체코공장 방문에서 “최근 전기차 시장 지각 변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혁신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우리의 변함없는 노력은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품질과 안전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투싼 하이브리드를 필두로 한 경쟁력 있는 SUV 하이브리드 모델로 전기차 등 판매 공백을 보완한다는 구상이다. 또 R&D 글로벌 핵심 허브 중 하나인 유럽기술연구소(HMETC)의 인프라 확충 작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어 경제계를 대표해 국내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두 차례 SK하이닉스를 방문해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점검을 위한 현장에 방문했다. 지난 3일에는 한국을 방문한 미국 상원의원 대표단과 폭넓은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최 회장은 최근 주요 계열사 경영진과 글로벌 경영환경 점검 회의에서 "불확실한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AI, 반도체 등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빠르게 키워야 하는 우리 과제는 쉽지 않지만 반드시 감당해야 할 일"이라며 "나부터 더 열심히 앞장서 뛰겠다"고 강조했다.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최근 경기도 이천 소재 LG인화원에서 최고경영진이 모여 중장기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사장단 워크숍을 진행하고 각 사업 부문별 경쟁력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올해 LG는 사장단이 모이는 협의회와 워크숍을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가 아닌 계열사 사업장에서 열고 최고경영진들의 현장 토론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번 워크숍에서 구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CEO 및 임원진은 위기감이 갈수록 높아지는 경영환경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차별적 고객가치 실행 가속을 통한 경쟁력 확보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날 워크샵 참석자들은 전자업계 뿐 아니라 그룹 대부분의 사업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이를 위해 기존의 '개선' 수준에서 벗어나 더 높은 '도전적 목표'를 세우자고 했다.
구 회장은 “지금의 LG는 세계 최고, 최초를 위한 목표를 세우고 도전해 온 결과”라며 “모두가 백색가전의 한계를 말했지만 우리는 백색가전의 성장 둔화 속에서도 5% 개선이 아닌 30% 혁신 성장을 목표로 글로벌 가전 시장을 선도하는 1등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태형 기자 [email protected]